[좋은교사 12월호] 교장선생님 인터뷰 입니다.

좋은 교사가 곧 좋은 학교입니다


이 글은 2011년 12월호 좋은교사 저널 ‘만나고 싶었습니다.’ 특집에 실린

신병준 교장선생님의 인터뷰입니다.


인터뷰 및 사진 : 홍인기


  모처럼 비가 내리는 날 신병준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소명중고등학교 준비 사무실이 있는 용인 수지 동천동으로 향했다. 약속 장소인 준비 사무실로 가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니 선한 미소를 가진 신병준 선생님이 벌써 버스 정류장으로 마중을 나오셨다. 준비 사무실은 학교로 사용하게 될 건물 아래에 있는 염광교회의 한 공간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최경산 선생님이 함께 개교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신병준 선생님은 기독 교사 운동계의 전설이다. 가난으로 찌들고 찌든 불우했던 어린 시절, 선생님으로부터 입에 담기 힘든 모욕을 겪으며, ‘나는 자라서 나처럼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의 눈물을 씻겨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기적에 가까운 눈물겨운 아픔을 거쳐 교사가 된 사연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감동 스토리였다. 1983년 전남 해남 송지중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그의 결심대로 가난하고 외로운 아이들을 눈물로 품어 주는 삶이 배어 있는 학급 운영을 했다. 그리고 그 열매를 담은 <사랑이 넘치는 교실>은 오랫동안 기독 교사 운동계는 물론이고 일반 교육계에서도 학급운영의 고전으로 알려졌다.

  2008년 새롭게 시작하는 기독 대안 학교인 샘물중학교의 교장으로 섬겨달라는 부탁을 받고 26년 동안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고 3년간 샘물중학교의 터를 잡는 작업을 위해 헌신하였다. 그리고 이제 샘물중학교 경영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2년 3월 1일 소명중고등학교 설립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계신다. 그가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는 소명중고등학교는 어떤 학교일까? 일단 이 부분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소명중고등학교 이름은 누가 지었나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제가 지었어요. 제가 박사 학위를 논문을 쓸 때 루터에 대해 공부했는데 루터의 글과 사상에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특히 루터의 교육 사상의 기본에 깔린 ‘하나님의 부르심’이 의미 있게 다가왔어요. 작년 10월 8일 아침에 팀수양관에서 큐티하고 산책하면서 새로운 학교를 꿈꾸게 되었어요. 그때 생각한 이름이 소명중고등학교였습니다. 함께 개교를 준비하던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했는데 특히 기독국어교사모임의 이시원 선생님과 기독과학교사모임의 장슬기 선생님이 유난히 좋아하셨어요. 새로운 학교를 세우려는 마음들이 이름을 통해 미리 준비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장차 이 학교를 다니게 될 소명의 아이들이 복음을 통해 하나님의 부르심을 경험하고 직업에로의 소명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의미가 있어요.


학교를 처음 세우려고 할 때 선생님 마음속에 있는 밑그림은 어떤 것이었나요?

  학교를 생각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제자들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제자들을 최고로 대우하고, 잘 섬길 수 있는 학교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했어요. 이런 생각은 26년 동안 학급운영을 하면서 아이들을 예수님의 사랑으로 섬기고 대접하면서 늘 제 마음속에 가졌던 생각이에요. ‘제자들을 잘 섬기기 위해 제자들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제자들을 위해 갖추어야할 가장 중요한 학교의 조건은 건물이나 재정이 아니라 좋은 교사라고 생각했어요. 학생들에게 좋은 교사를 만나게 해주는 것보다 좋은 선물은 없는 것 같아요. 좋은 교사는 학부모에게도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제자들에게 좋은 교사들을 멘토로 만나게 해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소명중고등학교가 교육 과정에 있어서 다른 학교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샘물학교 시절 창세기 3장에 나타난 ‘나는 누구인가?’하는 주제로 국어, 영어, 음악, 미술 네 교과가 90분 동안 수업을 한 적이 있어요. 국어는 윤동주 <서시>, 미술은 고흐의 작품, 영어와 음악은 고흐를 기리는 팝송을 통해 수업을 풀어갔어요. 그때 학부모들이나 함께 했던 연구원들의 반응이 굉장했어요. 학부모들 중에는 다시 태어나서 이런 수업을 받고 싶다는 분들도 계셨고, 이런 수업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분들도 계셨어요. 교과들이 분리된 수업이 아니라 성경을 토대로 교과와 교과가 넘나들면서 통합하고 융합하는 수업을 하려고 해요. 사물을 바라볼 때 다양하면서도 통합적인 판단력으로 사물에 접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려고 해요.

  또 소명중고등학교의 독특한 교육 과정이라면 기독교 고전 교육, 인문사회 고전 교육을 들 수 있어요. 기독교 고전 교육이라고 하면 <천로역정>이나 <실낙원>을 읽는 것으로 흔히들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수업시간을 통해 일 년에 10권 정도의 다양한 고전을 읽게 할 거예요. <장자>나 <열하일기>와 같은 고전들을 읽고 성경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해내고 서로 토론하는 공부를 하게 될 거예요. 특히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신학대 교수님들을 모셔서 100분짜리 수업을 세미나 형태로 진행해 보려고요. 고전을 읽은 학생들이 간단한 발표도 하고 토론도 하면서 교수님의 강의가 이어지는 형태의 수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고전 교육은 이미 미국의 토마스 제퍼슨 고등학교에서 그 우수함이 증명되었어요. 학교에서 고전을 읽고 관련하여 글을 쓰고 교사의 피드백을 받는 활동을 통해 미국에서 가장 우수한 고등학교로 평가 받고 있어요. 토마스 제퍼슨 고등학교 사례를 보면서 고전을 읽고 공부한 아이들이 대학에 가서 경쟁력이 충분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어요. 이렇게 학생들이 인문학적 실력이 쌓이면 최종적으로 졸업할 때는 소명과 관련된 논문을 쓰게 하려고 해요.

  그 외에도 플래닝과 멘토링, 교과 교실과 학생 교과 선택제 그리고 다양한 기관과 연계한 창의적인 캠프들을 들 수 있어요. 무엇보다 이 모든 교육 과정을 통해 남북 통합을 이끌 기독 소명인을 세우며, 김치 맛 나는 기독교 학교의 원안을 연구하며 만들어 가려 해요.


소명중고등학교 이름에 나타나듯이 진로 교육에도 특별한 계획이 있지 않으신가요?

  소명중고등학교를 함께 만들어 가시는 선생님들이 대부분 고등학교에서 근무하시던 선생님들이세요. 고3 담임을 하면서 수능 시험을 본 후에야 자신이 어떤 학과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을 하면서 우왕좌왕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몹시 안타까웠나 봐요.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최소한 중3, 고1에서는 찾게 하겠다는 것이 저희 학교의 목표예요. 소명교육개발원이라는 외부 연구 단체와 함께 그곳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장슬기 선생님이 학생들을 가르치게 될 거예요. 이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소질과 흥미를 발견하고, 정치, 경제, 문화, 언론, 교육, 학문, 예술 등 모든 왜곡된 영역을 주님의 것으로 돌려드리는 개혁자의 소명 공동체를 세우려고 해요.


영성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매일 아침 큐티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을 담임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하려고 해요. 한 달에 한 번씩은 걷거나 산행하면서 묵상하는 방식도 하려고 해요. 그날에 말씀 속에서 깨닫고 실천할 바를 직접 글로 쓰게 하는 훈련을 통해 아이들의 성품이 변화되는 것을 경험하게 하려고요.


이런 교육과정이 대입이나 대학교에서도 빛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 수능의 중요도가 상당히 축소될 것으로 예상돼요. 그만큼 통합 논술의 비중이 높아진다고 생각할 때 학생들의 논술 능력이 중요하죠. 또한 입학사정관이 지원학과와 관련하여 읽은 도서 내용을 학생들에게 실제로 물어보면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금방 알게 되는 상황이 온다고 생각해요. 이런 점에서 대학 입시에도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아파트에 살 때 수능을 마치고 나면 고3 관련 교과서나 문제집들이 쓰레기장에 쌓여 있는 모습을 자주 봤어요. 대학을 가기 위해 혹은 고등학교 가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 아니라 수천 년 동안 내려온 지식들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20년 넘게 생각해온 것인데 이번에 소명중고등학교를 열게 되면서 선생님들과 함께 합의하게 되었어요. 최근 구글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을 몇 백 명 고용했다는 소식도 들었어요. 최근 타계한 스티브 잡스도 인문학적 소양이 많았기에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는 기사를 접한 적도 있고요.


학교는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되는지 잠깐 설명해 주세요.

  4년제 학교를 운영하려고 해요. 중학교 3학년(9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12학년)까지 4년의 교육과정을 운영해요. 처음 학교를 시작하려고 할 때 선생님들이 3년은 너무 짧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내년도 개교 때에는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 학생 각각 40명으로 시작하려고 해요. 한반에 20명씩 4학급으로 시작해서 모든 학년이 채워지면 8학급 160명 규모의 학교가 될 거예요. 내년에는 풀타임으로 6명의 교사들이 근무하게 될 거예요.


소명중고등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어 하는 부모님들에게 소개할 만한 학교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입학 설명회를 하면 ‘소명중고등학교가 학부모들에게 무얼 해줄 수 있냐?’, ‘뭐가 다르냐?’ 하는 질문을 자주 받아요. 그때 제가 드리는 말씀은 모든 선생님들이 좋은교사운동 회원들이고 공교육교사로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공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존경을 받고 선한 영향을 끼친 교사들이라는 답변이었어요. 많은 부모님들이 그 답변에 만족해 하셨어요. 경험이 풍부한 좋은 교사들이 현직에서 꿈꿔왔던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교육 과정을 가르치는 것이 저희 학교의 강점이죠. 교사 한 분 한 분이 우리가 그리는 교육과정을 충분히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세요.


새롭게 세우려는 학교는 기독 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 가는 기독교학교 모델입니다. 기존의 교회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가는 기독교 학교의 모델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호주에서 잘 운영되고 있는 기독 학교인 임마누엘 기독 학교는 홈스쿨을 하던 학부모들이 세운 학교였지만 교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형태로 발전했어요. 학부모가 세워서 교사들에게 경영권을 주든지 교회가 세워서 교사들에게 경영권을 주든지 교사들의 독립성이 유지되는 학교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요. 거창고등학교도 전영창 교장 선생님과 교사들 중심으로 운영되었고, 풀무학교도 주옥노와 홍순명으로 이어지는 교사중심 학교 모델이었어요. 기독 교사들이 학교 운영에 참여하고 함께 학교를 세워 갈 때 생명력 있고 전통 있는 학교를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성서교육회와 좋은교사운동을 이끄시고 마지막 사역지로 소명중고등학교를 섬기는 기회를 가지게 되셨는데 좋은교사 후배 선생님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살아오면서 중학교 2학년 때 생각한 인생의 좌우명이랄까? 하나님께 약속한 것이 있어요. 그것은 ‘손해 보는 인생’이에요. 손해 보는 사람이 되자! 이것이 제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게 붙들고 걸어온 모토예요. 손해 보면서 감사가 생기고 기쁨이 생겨요. 1983년 교사생활을 시작하면서 손해 본다, 섬긴다는 것의 대상은 제자들이었어요. 제자들을 위해 손해보고 섬기는 방법은 에베소서 2장 8절에 나와 있듯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고 싶어 하는 가장 좋은 선물인 예수 그리스도를 알리는 거였어요. 저는 아이들을 위해 사는 것이 저의 소명이라고 생각해요. 과거에는 담임으로 그 역할을 해왔고, 지금은 좋은 교사, 기독 교사들을 학생들과 만나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예수님을 만나고 사랑하게 되고, 예수님과 동행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생각해 보면 좋은교사운동 회원들 한 분 한 분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몰라요.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교단에 서고 있는가?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가? 날마다 생각했으면 해요. 지금 학교는 건물이나 하드웨어는 좋아지고 화려해졌지만 아이들과 인격적인 만남을 하지 못하는 피폐한 상황이에요. 아무쪼록 좋은교사운동 회원 선생님들이 자신들의 부르심을 기억하시길 부탁드려요. “좋은 교사가 좋은 학교다”라는 말로 제 말을 맺고 싶네요.


인터뷰를 마치고 마을버스를 함께 기다리다 저를 태운 마을버스가 떠날 때까지도 선생님은 저를 배웅합니다. 선생님의 이런 모습에서 선생님과 함께 했던 제자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생각하다 제가  가르쳤던 아이들을 떠올려 봤습니다. 제가 좋은교사운동에 처음 참여했던 스물 대여섯 무렵, 신병준 선생님이나 단체를 대표하는 선배 선생님들이 모여 함께 드리는 찬양소리가 얼마나 좋고 은혜로웠던지 간사가 없던 시절 간사 일을 하면서 내내 행복했습니다. 이제 제가 그 나이가 되었는데 제가 드리는 찬양에서 후배들이 그런 영성을 느낄지 돌아보게 되는 하루였습니다. [좋은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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