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로 연재 - ‘Appel cafe’(아펠카페), 드립앤더치 CEO 여선구 대표에게 배우다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과 고교교육의 연관성은 얼마나 될까? 최근 대학 수시지원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전국에 있는 고등학교 3학년들이 가장 바쁜 시기 가 수시접수 기간이다. 물론 여기서 끝은 아니다. 대학전형별로 수능최저기준을 충족시켜야 하거나 2차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그리고 정시지원이 끝날 때 까지도 숨돌릴 틈도 없는 삶이다. 바다에는 해삼이 있고, 산에는 산삼이 있고, 육지에는 고삼(?)이 있다는 우스갯 소리는 그만큼 고등학교 3학년으로서 겪게되는 수험생의 삶이 녹록치 않음을 보여준다. 상대적으로 올해 고등학교 2학년 과정인 11학년을 맡고 있어서 분주하게 돌아가는 시점에 한 발 떨어져 ‘대학이 원하는 인재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왜 이런 질문을 하냐고 묻는다면 대학의 인재상이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꼭 필요한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데 반해 고등학교의 교육은 어떤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입시에만 너무 치우쳐 있지는 않았나하는 우려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좀 더나아가 대학교에서 제시한 인재상은 중․고등 교육과정부터 차근차근 기초가 다져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 여러 대학별 홈페이지를 열었다. 교육목표를 찬찬히 살펴봤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단어들을 발견하고 종이에 적어봤다. 인성, 개방, 창조, 봉사, 통합, 글로벌, 전문성, 도전, 성장, 소통, 협력등이 인재상에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아마 독자들도 한 번 정도는 들어봤거나 생각했을 단어들이다. 단어에 담겨있는 가치가 무엇일까. 인성은 사람됨이다. 개방은 상대를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창조는 문제를 해결해내는 창의적 사고와 아이디어를 말한다. 봉사는 자발적 섬김을 실천하며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다. 통합․융합은 어떤 과제도 한 분야의 지식으로 풀어갈 수 없는 현실의 반영이다. 글로벌은 철저한 언어준비와 실력을 쌓아 국제표준으로 세계 어디를 가도 통하는 것이다. 전문성은 자신의 분야에 깊이있는 지식과 통찰을 갖고 연구하는 하는 자세이다. 성장은 정체되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오늘 그리고 내일이 좀더 진일보(進一步)하는 것이다. 소통과 협력은 어떤 일이든지 혼자하지 않고 함께 조화를 이뤄가는 태도이다. 이렇게 나름대로 정리를 해보니 한 가지 또다른 질문이 올라온다. 그래서, 이러한 인재상과 고교교육의 연관성은 얼마나 있을까. 현재 고교교육은 철저한 서열화와 경쟁으로 이루어져있다. 위에서 발견한 가치들을 위한 교육활동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기독 대안학교인 소명학교에서는 가치를 구현하는 교육활동이 다소 가능하다.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다. 비인가 대안학교라는 서글픔도 있으나 교사가 적극적으로 교육과정에 참여하고 교육활동을 기획한다는 장점이 있다. 경쟁에서 자유롭고, 교과간 협의도 열려있다. 그러다보니 통합수업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잘하냐 못하냐를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교사들이 수업으로 소통하며, 학생들이 배움의 주체가 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통합수업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위에서 제시한 인재상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는지 그 도전기를 나누고 싶다.


통합수업 ‘빛’프로젝트 경영팀의 여선구 대표 인터뷰 소명학교는 2014년에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http://www.cserc.or.kr/)에서 공모한 통합교육 프로젝트에 심사를 거쳐 일정금액의 재정지원을 받아 ‘빛’이라는 주제로 통합수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역사, 미술, 국어(문학), 수학, 물리, 생물 6명의 교과 선생님들이 방과후 시간을 내서 협의하고 통합 수업을 기획했다. 상반기에는 교사주도의 통합수업이 이루어진 반면, 하반기에는 10학년(고1과정)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연관된 분야를 찾아 한 조를 이뤄 통합수업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고 발표 하도록 했다. 분류된 학생들은 팀별로 기획서를 제출하게 된다. 기획서가 타당하다고 여겨지면 일정 부분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선생님들이 전반기에 고민하고 진행했던 수업의 내용을 ‘빛’이라는 주제로 학생들이 동일하게 경험해보는 것이다. ‘어떻게 통합할까. 무엇을 배울까. 어떻게 접목할까.’ 학생들은 서로 토의하며 좀 더 완성된 기획서를 만들게 된다. 또한 이번 학기 수행평가는 6개 과목 통합 수행평가로 진행해 학기중 수행평가에 대한 부담도 줄였다. 문제는 학생들이 어떤 과제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였다. 그 지점에 교사의 역할이 있다. 내가 맡은 영역은 ‘경영’이다. 경영팀은 6명(10학년 김지헌,윤석빈,이상록,장세진,조나훔,홍준형)의 남학생들로 구성되었다. 6명의 학생들과 첫만남에서 이들이 제안한 것이 카페운영이었다. 그런데 아무런 장비도 없다는 것이다.황당했다. 이것이 가능한 이야기인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순간이었다. 학생들이 카페를 운영하겠다는 것이 허무맹랑하게 들렸다. 그럼에도 나의 판단으로 학생들의 창의적인 생각을 가위질 하지 않았다. 기획서를 가져오라고 했다. 가을학기가 시작되기 직전 가져온 기획서에는 목적,구체적인 메뉴와 필요한 것, 운영방법에 대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무엇보다 방학중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지하 1층의 공간을 깨끗하게 청소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자발성이 였보였다. 또한 수익을 컴패션 1:1 결연과 연결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카페의 이름까지 소명학교의 소명을 뜻하는 프랑스단어 ‘Appel cafe’(아펠카페)로 정하고 디자인까지 해왔다. 서로간의 소통(疏通)을 위해서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학교에서 고민했던 것을 서로이야기 하는 장으로 만들어 활용했다. 또 경영 일기를 쓰면서 스스로를 성찰했다. 학생들의 움직임을 보니 경영팀과 함께 ‘Appel cafe’(아펠카페)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학생들은 정보를 수집해 커피 머신기를 구했고, 집에있는 커피 관련물품을 모았고, 컵과 재료를 스스로 주문했고, 중고시장에 가서 냉장고도 구매했다. 컴패션 홍보물과 배너(banner)까지 준비했다. 뿐만 아니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우리가 경영하는 ‘Appel cafe’(아펠카페)의 목적과 컴패션 후원에 대한 경영구상을 PPT를 활용해 발표했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런데 우리에게 전문성이 없었다. 매출도 첫주가 지나자 줄어들었다.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도 쉽지 않아보였다.


구원투수 ‘드립앤더치’ 여선구 CEO를 만나다 전문적인 조언이 필요할 즘 ‘빛’프로젝트 함께하는 선생님들에게 이런 고민을 나눴고, 드립앤 더치 CEO인 여선구 대표와의 인터뷰를 연결해 주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었다. 방문 하루전 우리는 6가지의 궁금한 질문을 뽑아서 보냈다. 막연한 인터뷰보다 사전에 질문을 보내야 내실있는 만남이 가능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질문은 다음과 같다.


어떻게 경영을 해야 적자가 나지 않을까? ․일반 커피전문점과 드립앤 더치 구산점과는 무슨 차별점, 차이점이 있는가? ․손님들이 드립엔 더치 구산점에 올 수 있게 하는 힘 혹은 특징이 있다며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커피를 내리는사람으로서 얻는 보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 아펠카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커피라는 분야가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


9월25일 오후 4시30분 약속시간에 맞춰 도착하자 정장차림을 한 여선구 대표가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선 복장부터 인상적이었다. 10대 학생들을 만나러 오는데 최대한 옷차림을 신경써서 인격적으로 대우해 준다는 기분이 들었다. 프로다. 전문성은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것은 ‘커피를 통해 만나는 인연은 소중하다’는 여선구 대표의 철학과 맞물려 있는지도 모른다. 여선구 대표는 학생들의 질문에 동업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경영인의 시각으로 진지하게 답변 해주었다. 감사했다. 학생들이 경영을 알아봤자 얼마나 알겠느냐는 태도로 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감사했다. 여선구 대표는 필요할때는 냉철하게 비판했다. 현재 ‘Appel cafe’(아펠카페)의 판매시간 부족등 여러가지 문제점과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막연한 대안이 아니라 공간활용에 대한 실제적이고 세밀한 동선부분까지 조언해줬다. 학생들의 눈빛이 빛났다. 전문가를 만난다는 것이 왜 필요한지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교사로서 해줄 수 없는 것이 이렇게 인적 네트워크로 해결되었다. 여선구 대표는 조언에만 그치지 않았다. 자칫 학생들이 위축될지 모른다는 배려였다. 여선구 대표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부딪치는 것’이라고 했다. 생각하지 않고 도전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생각만 하면 영원히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패나 실수로부터 얻어지는 것은 어떤 책에서 나오는 것보다 실질적이라는 조언은 ‘Appel cafe’(아펠 카페)의 도전 이유가 충분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여선구 대표도 90년대초 하이텔, 천리안이라는 초기 통신망 접속시대에 ‘생두를 직접들여 볼까’.‘외국에도 나가볼까’, ‘더치커피를 병에만 담지말고 다른 곳에도 담아볼까’라는 다양한 도전적 질문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끝도 없는 시행착오를 거쳤고 지금도 그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여선구 대표는 ‘내가 만든 맛있는 커피를 전국에 있는 사람에게 맛보게 하고 싶다.’고 했다. 요리사가 자신의 요리를 맛본 손님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웃을 때 최고의 기쁨을 느끼듯이 자신이 만든 커피를 마신 고객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최고’라는 미소를 지을 때 보람이 있다고 했다. 어디 요리사나 바리스타 뿐일까. 교사도 마찬가지다. 나의 수업을 듣고 학생들이 ‘선생님 수업듣고 역사가 재미있어졌어요.’,‘선생님 수업너무 좋아요’라는 한 마디에 그 날 피로함이 모두 사라졌던 경험이 있다. 긍정적 반응의 힘을 알고 있다. 여선구 대표가 붙들고 있는 커피에 대한 생각은 순수했다. 단순히 카페 경영에 대한 조언만 해준게 아니라 첫 마음의 중요성을 몸소 알려주는 것 같다. 안산의 14평 조그마한 가게에서 삼청동 연두(戀豆)카페를 비롯한 2012년부터 드립 앤 더치 론칭,‘연두커피 인터네셔널’까지 영역을 넓혔던 그의 경영 비법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고객이 커피를 가장 맛있게, 행복하게 마실수 있을까’에 대한 도전적 고민이 녹아있었다. 그 고민에 대한 잠재적 결론이 ‘드립앤더치’로 이어졌다. ‘드립앤더치’는 유럽 테라스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인테리어에 드립커피와 더치커피를 전문으로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이다. 진정한 커피의 맛은 블랙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커피전문가로서의 여선구 대표는 오늘도 가장 맛있는 커피맛을 전국민 아니 세계에 보급하는 것을 꿈꾸고 도전하고 있었다.


학창시절 실제적이고 다양한 경험을 많이하라 여선구 대표의 학창시절은 어땠을까. 전문 경영인으로 자리잡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그의 삶은 평범했다. 학창시절에는 단순히 대학가는 것이 목표였다고 고백했다. 그것이 못내 아쉽지만 당시에는 진로교육에 대한 경험자체가 전무한 시기였다. 하지만 오늘날 특히 대안학교에서는 얼마든지 실제적이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니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라고 조언했다. 평생 내가 해야 할 일을 학창시절에 굳이 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자신이 평생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으로서의 경험을 즐기라는 것이다. 그 도전 만으로도 의미와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이 목표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것은 오늘날 고교 교육이 대학입시에 매어있는 현실을 꼬집은 듯 했다. 대학을 가지말라는 뜻은 아니지만, 자신이 평생 해야할 직업을 찾기위한 방편으로 대학에 가라고 조언했다. 그러니 30살에 대학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며 조급함을 내려놓으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여선구 대표와 ‘Appel cafe’(아펠 카페) 경영팀 학생들과의 만남은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학생들 역시 초심(初心)으로 돌아간 기분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이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기뻐했다. 돌아오는 길에 직접 내린 더치커피를 선물로 주며 아펠카페를 응원했다. 학생들은 경영을 넘어 인생을 배웠고, 본질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교실안과 교실밖의 교육이 서로 통합하고 연결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는 것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교사인 나역시 수업과 교육활동에 대한 본질에 충실해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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